커피 홍차 차

커피와

포포포동포도 2019. 12. 26. 21:33

커피와 

 

태어나서 처음으로 공부를 열심히 했던 시절 중3....공부는 너무 하고 싶은데, 졸릴 때 다시 공부하게 해주는 깨어나 심장 터지도록 열공하게 만들어주는 과연 누군가가 청소는 할까 싶었던 빈티지한 그 자판기의 커피는 빛과 소금이었습니다. 구수하고 달달하며 약간 쓴 그 맛 공부 구도자?를 자처하던 저에게는 산소호흡기였습니다.

 


호기심 넘치는 자에게 덕질거리를

 

어느 날 집에 이상한 무엇이 놓여 있었습니다. 어머님 친구분으로부터 그라인딩 된 대용량 커피 원두와 프렌치프레스를 선물 받았던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카페인에 유난히 약하신 어머니와 물 말고도 다른 게 뭐가 마실 것이 또 있냐 라는 아버지 그 두 분들에겐 이건 어디에 쓰는 물건인가 싶으셨을 것입니다. 그렇게 아무도 마시지 않는 그것. 호기심이 많은 저는 그 신기한 물건들을 그냥 둘 수 없었죠. 아끼면 똥 되니까요. 그래서 부지런히 자주 내려 마셨었습니다. 그런데 그 맛은 참으로 기괴했습니다. 왜 커피에서 쓰고 구수한 맛 말고 엉뚱한 신맛이 나지? 그러나 그 신맛은 참으로 싫지 않고 매력적이었습니다. 츄릅 츄릅~ 마치 과즙 같은 상큼한 마아앗~ 그렇게 그 대용량(아마 1kg) 원두커피를 제가 다 마셨었습니다. 그 커피 포장엔 커다랗게 Arabica라고 쓰여있었습니다. 아라비카?? "아랍?? 커피인가?" 커피에 관해 지식이 1도 없었던 저는 그 아라비카라는 단어가 너무 인상적이었습니다.

 

 

지친 자에게 위로를

 

 

 

얼마 후 커피는 원산지 별로 개성이 다 다르고 우리가 주로 마시던 인스턴트커피의 재료는 로브스터 종이고 반대로 커피전문점에서 우려 주는 커피는 주로 아라비카 종이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침 친척 집에서 당시 유행하던 커피 전문점을 오픈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처음 보게 된 다양한 커피 기구들을 실제로 보는 기회를 가지게 됩니다. 그것은 신기함 그 자체였습니다. 그렇게 커피에 더더욱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듯하네요.

 

 

그런데
저는 불운하게도,ㅠㅠ 어린 나이에 큰마음고생을 하게 되었습니다. 몇 번의 큰 실패를 연속적으로 경험하게도 되고, 강의하던 학교에서도 그만두게 되었고, 친 형제와도 같았던 연출자 형님의 갑작스러운 죽음 등으로 우울증 증상을 보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전까지 저는 우울증은 한가하고 할 일 없는 시간 많은 사람들만 걸리는 병인 줄 알았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그 병은 너무 많은 일을 겪고 소화하고 이른바 번아웃이 되어야 걸리는 병이란 것을 알아 버렸습니다. 멍해지고 판단력이 흐려지고 의도하지 않은 행동으로 사람들의 오해를 사게 되고 삶의 의지가 거의 없는 숨만 겨우 쉬는 사실상 움직임 없는 시체 상태가 되어갔습니다. 그렇게 약화될 대로 약화된 나의 멘탈을 곱게 볼리 없이 오해하는 사람들로 인해 제 우울증 상태는 더더욱 안 좋아지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됩니다. 마치 늪에 빠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조용히 커피를 우려 마시면 그 우울함이 따듯한 위로를 받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오히려 카페인은 우울증에 좋지 않다고 하는데도 말이죠, 그래서 큰마음을 먹고 다양한 원산지의 원두들도 사고, 드립 포도 사고 작센 하우스의 산티아고밀 그라인더도 구입하였습니다.

 

 

 

그렇게 구입한 여러 원두 중에 특히 과테말라 안티구아 SHB와 자메이카 블루마운틴을 마시면 작지만 그러면서도 매우 큰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커피가 나를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게 해 준 것입니다. 고마웠습니다.

 

당시엔 수입되는 커피 생두 자체가 몇 가지 없었습니다. 제가 알기론 그 생두들도 일본에서 수입한 생두들을 조금 소분해 오는 정도였다고 알고 있습니다. 당시 가장 유명하다는 로스터들을 찾아가도 고작 예멘 모카, 과테말라 안티구아, 인도네시아 만델링, 코스타리카 따라주, 하와이안 코나, 케냐 AA, 콜롬비아 수프리모, 브라질 산토스,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쿠바 크리스털 마운틴 정도가 거의 전부였습니다.

 

 

호기심이 많아서 비교와 차이점을 즐기는 저는 일일이 구입하여 마셔보고 그 특징을 나름 기억하고, 여러 권의 커피 관련 책을 읽으며 소소한 궁금증 들을 조금씩 해결해갔습니다.

 

그쯤 되니 나는 지인들 사이에서는 나름의 커피 전문가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때 커피숍 창업을 준비하던 지인의 친구가 있었는데 주변에 커피에 관해 좀 안다 하는 지인들을 모두 모아 조언을 구했었는데, 우습게도 저도 그분에게 조언해 준 나름의 커피 마니아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행복하게도 그분의 그 카페는 지금 매우 유명한 카페가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물론 지금은 저와 비교가 어려울 만큼의 전문가가 이미 오래전에 되셨고요.

 

그렇게 완전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우울증을 극복해 갔고, 커피 이후 홍차에도 녹차에도 그리고 그 밖의 한국 전통차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하루 중 즐거운 커피 브레이크와 티타임을 즐기게 되었습니다.

 

 

요즘, 저희 집엔 다양한 맛의 커피를 즐기기 위해 생두 20~30여 가지를 구비하고 있습니다. 매주 혹은 2주마다 원두 5~7가지를 생두 종류당 50~200g씩 직접 로스팅을 합니다. 우리 부부와 친한 친구들이나 고마우신 분들에게는 로스팅해서 선물도 자주 합니다. 커피 로스팅을 할 때면 머리도 맑아지고, 잡념도 사라집니다. 이렇게 커피를 다양하고 저렴하게 즐기니 삶의 질이 높아짐도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너무나도 고맙게도 나의 부인님 역시 커피와 차를 너무 좋아하시네요. 부인님은 결혼 전 이상적인 남편상으로 술과 담배는 하지 않고 음악과 차나 커피 등에 취미가 있는 사람이었다고 하니 저희 부부는 참 잘 만난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러므로 커피에게 너무 고맙고, 덕분에 잘 지내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네요. 그리고 앞으로 맞이할 그때에도 여전히

잘 지내보아요 커피님

 

그리고 앞으로 커피에 관한 것들을 하나씩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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