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는 작곡가, 음악 감독이다.

포포포동포도 2024. 10. 6. 20:27

삶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이게 내 결론이다. 그저 나를 단련하고 살아감을 수행할 뿐이다. 음악일한다. 말이 음악이지 어쩌면 그냥 바텐더 혹은 상담사? 사람들의 니즈를 들어주고 그들이 원하는 음악이 무엇인지 구구절절한 사연을 들으며 그들에게 맞추어주고 반응을 해가며 더듬거리며 무언가를 만들어간다. 멋지고 거창한 감동이 핵수소 쓰나미처럼 밀려드는 음악을 해보고 싶다는 꿈도 욕심도 오래전에 소모되어 가루가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아직도 음악을 하는 이유는 그냥 보통보단 확실히 재능도 있는 편이고, 적성에 너무 잘 맞고,  분석하길 좋아하는 나의 성향과 잘 맞는다. 무엇보다 해도 해도 잘 물리지 않는 유일한 것이다. 그리고 사실상 돌아가기엔 너무너무  멀리 와버렸다.

 

오늘은 나의 넋두리다.

 

갑질의 나라다. 아닌 분들이 대부분이겠지만 다른 나라 일을 해보면 우린 그 비율이 상당히 높다. 이 나라는 왜인지 "내가 응!!  이 피 같은 돈을 주고 너를 부리는데!! 으응!!  내가 너를 돌아버리기 직전까지 아니 너 따위가 돌아버려도 악착같이 너의 고혈을 다 뽑아먹어 버릴 테니 나에게 있어서 흑우란 어림없지!! 이런 난 죽어도 0.1도 손해를 볼 수 없지.." 이런 마인드로 가득하다. 마치 무언가에 결핍되고 단단히 충혈된 좀비들 같다. 누가 해당분야의 전문가인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그냥 넌 내 돈 받으면 내 말이나 들어라 라는 마인드가 이 세계를 지배한다. 그리고 낙하산은 왜 이렇게 많은지 씨발 진짜 낙하산 부대다.

 

돈만 주면 새벽이고 낮이고 밤이고 없다... 아무 때나 연락한다. 정말 영혼을 뽑아먹는다, 난 안 그래도 내가 100을 받으면 200을 해주려고 노력한다. 내가 착하고 천사 같은 음악인이어서가 아니라 그래야 내 맘이 편하다. 그런 이기적인 나에게도 이런 나를 대부분은 몇 배를 더 뽑아먹으라고만 한다...... 엄... 음악을 업으로 삼으려는 이들에게 난 항상 공부를 잘하거나 다른 재주 있으면 그것을 하는 게 더 좋지 않겠냐고 권한다. 하지만 대다수는 그냥 하는 소리인 줄만 한다. 그래 뭐 쉬워 보일 수 있겠지만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 그래도 언제나 나의 작업 모토는 "저와 작업한 분들 모두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이다. 진심이다.

 

음악은 잘한다고 잘되면 좋겠지만 그렇지가 않다. 이것이 이일의 가장힘들고 아이러니 한 부분이다. 잘하는 건 기본이고 그중 운 좋은 놈만 잘되는 일이다. 나 역시도 역대급으로 럭키가이라고 생각한다. 어렸을 땐 내 성과가 모두 나의 노력의 결과인 줄 착각했었으나, 돌아보니 난 그냥 프로규격의 음악을 할 수 있는 수천수만 명의 음악가 중 한 명이었을 뿐이고, 그중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었다. 즉 잘함이나 노력이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는 것이다.

 

좋은 클라이언트는 어떤 사람일까? 인심 좋은? 진상 부리지 않는? 경험상 가장 좋은 클라이언트는 음악을 잘 알고 음악이란 것의 제작 시스템에 이해가 깊은 사람이다. 즉 잘 아는 사람이다. 어디까지가 가능하고 어디서부터 불가능한지 정확히 알고 있으니 좋다. 음악의 질에 집중할 수 있다. 당당하게 나 무엇도 했고, 뭐도 했어. 라지만 정작 이해가 없는 분들은 그분들의 높고 단단한 자부심을 부셔가며 스스로의 무지를 인지시키며 하나씩 가르치듯 작업해야 한다. 고통 그 자체다. 그러면 그런 사람에겐 네네 아이고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라며 대충 해주면 될까? 그러면 될 것 같지만, 그들 주장대로 만들어주면 그들 스스로도 직감적으로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인지하고 다시 수정에 또 수정요구를 한다. 결국 결과적으로 내가 처음 하자고 했던 방향으로 다시 돌아 돌아 또 돌아서 간다.ㅠㅠ

 

나는 여전히 운 좋게도 아직 현역이다. 가능하다면 양덕음악인들처럼  80까지도 일하고 싶다. 양덕 뮤지션들은 롱런한다. 반면 안타깝게도 한국인 뮤지션들은 롱런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윤상 같은 뮤지션은 참 귀하다. 양덕인들은 왜 꼰데로 남지 않고 대가가 되며 왜 한국인들은 소위말하는 꼰데가 될까? 자기 확신이 강하면 꼰데 늘 자기 확신이 모자라면 대가가 되는 건 아닐까 무척이나 소심하게 추측해 본다. 자기 확신이 강한 한국인들은 그것이 강력한 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최종적으로 꼰데가 되어버리는 숙명을 가진 건 아닌지 생각이 드니 조금 슬프다.

 

요즘 어린 친구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무척이나 절박하다는 것이다. 매번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검든 투사들 같다.  모두가 성공할 수는 없다 이것이 현실이다. 결국 대부분은 너무 큰 절망을 학습하게 되지는 않을까 안쓰럽다. 잊지 말자 오히려 최고의 무림고수는 어리버리당수8단이라고 한다.

 

글 끄적이고 나니 다시 마음이 편해졌다. 그래요. 오늘도 저와 작업한 분들 모두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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