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혼잣말20240104

포포포동포도 2024. 1. 4. 23:48

오랜 우울증을 겪고 난 후 서서히 정상화되면서 느낀 것들.

 

1. 삶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근본불교 혹은 원시불교에서 말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 되겠는데, 고해(苦海)의 바른 해석인 즉 삶의 고통의 바다라는 직역이 아닌 삶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여야만 한다. 예전엔 의지하나 만 장착하면 세상에 불가능한 것이 없을 거라 착각했었지만 삶이 뜻대로만 된다면 세상 모든 이들이 꿈을 이루고, 고통도 질병도 가난도 하나도 없어야 하는데 이곳 지구엔 고통과 질병 가난으로 가득하기만 하다. 이것 자체만으로 삶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증명해 주고 있다. 인간의 의지는 아무것도 아니다. 먼지 한 톨만도 못하다. 이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 우울증의 원인 중 하나다.

 

2. 무엇에게도 기대하지 말자.

나에게도 가족에게도 타인에게도 반려동물에게도 일에게도 공부에게도 내가 돈을 지불하고 구입한 것들에게도 그 무엇에게도 기대하지 않아야만 한다. 내가 노력했으니까. 내가 착하게 살았으니까. 내가 얼마나 잘해줬는데.. 이것들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들이다. 나의 노력이 나의 선함이 나의 정성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알아야만 한다. 나의 모든 행실은 아무런 기대 없이 행해져야만 한다. 즉 나의 모든 행위가 물거품이 되어도 태연할 자신이 없다면 그것을 행해선 안 된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노력도 배신한다. 그것도 아주 잔인하고 처절하게 배신한다. 그러나 사실 노력도 날 배신한 적 없다 다만 내가 나의 노력에게 기대했을 뿐이다. 기대가 없으면 실망도 배신도 없다. 이는 타인에게도 마찬가지고 내가 하는 일이나 학업 우정 사랑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노자의 무위자연(無爲自然)이야말로 삶을 관통하는 자세다.

 

3. 나도 내가 겪은 모든 것들이 특별하거나 대단하지 않다.

내가 겪은 일들도 나의 모든 노력이나 열정도 고통도 특별하거나 대단하지 않다. 장자의 비유처럼 세상 모든 일들이 별다르지 않다. 내가 누구보다 우월하거나 열등하지 않다. 거기서 거기다. 여기 힘든 사람 열 맞춰 서라고 말하면 수백수천 명이 줄을 설 거다. 노자의 도(道)를 설명할 때의 비유처럼 특별히 애쓰지 않는 것 즉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노력하는 것이 역설적으로 물처럼 어디에든 빈틈없이 채울 수 있으며 무언가를 너무 집착하거나 노력하거나 신경 쓰면 그럴 수로 더 상황은 꼬이기만 하고 순리대로 두는 것이 결국 최선의 길이다. 모든 사람은 힘들다. 인고해야 할 크기나 형태는 다 다르겠지만 고통은 수(數)로는 표현할 수 없는 만큼. 누구에게나 고통은 있다.

 

4. 바로 내 눈앞의 것들을 사랑하자.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인정하지 않는 초기독교에서도 성경으로 대표되는 로마황제의 공인 이후에서도 한결 같이 사랑을 강조했다. 예전엔 개풀 뜯어먹는 소리라고 생각했었지만 이것이야 말로 진리였다. 죽음학에서 말하는 카르마, 불교에서 말하는 연기설(緣起說)을 가져와 봐도 나는 나의 모든 것과 내 주변은 깊게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면 내가 험담하면 그것은 결국 나에게 돌아오고 나의 주변은 결국 시간을 초월하여 나와 연결된 존재들이다. 그래서 익숙할수록 너무 가까워서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을수록, 하찮아 보일수록 나는 그것을 사랑해야 한다. 진정한 혁명가 예수가 세상에서 가장 낮은 이들을 사랑했었던 걸 상기하면 되겠다. 연기설이나 카르마라는 측면에서 보면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의 말씀이야 말로 진리 중 진리이다.

 

5. 모든 것은 사라지거나 변한다.

죽어가는 석가모니가 그것을 애석해하던 제자 아난다에게 말했듯 내가 아끼든 그렇지 않든 존재하는 모든 것은 결국 사라지거나변한다. 사라지거나 변하는 것에 마음을 쓰면 고통이 커질 뿐이다.

 

6. 세상 혼란의 해답은 이미 제자백가(諸子百家)에게서 나왔다.

제자백가들이 혼란에 어찌 대응하였고 이후 어찌 되었는지를 보면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많은 지혜를 얻을 수 있다.

'나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작곡가, 음악 감독이다.  (0) 2024.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