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철학

종교학,철학,죽음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시작

포포포동포도 2023. 8. 27. 17:16

어린 시절의 나는 의지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줄 알았었다. 실제로도 꿈꾸고 노력하면 모두 다 그것은 나의 것이 되었었다. 그렇게 신 따위는 없고 신은 의지가 약한 이들의 허상일 뿐이며 쇼펜하우어의 책을 보며 이런 상 븅신쒝끼가 있나 하는 오만한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엄청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루어지지 않는 일들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다. 처음 당했을 땐 너무도 당황했다. 그러나  그때마저도 의지가 모자란 것이라고만 생각하며 더 많은 노력과 투혼을 불살랐다. 그렇게 번아웃이 되었고 마치 발버둥 치면 칠수록 더 깊이 빠지는 늪에 빠지게 되었다. 노력이라는 큰 탑이 쓰러지면서, 그 크기만큼이나 나를 더 아프게 때렸다. 너무 아팠다 너무너무 아팠다. 당시 우리 집은 부유했었다. 그러나 좋지 못한 일들은 한 번에 몰려왔다  아버지의 일이 꼬이면서 하루아침에 평창동 저택에서 달동네 월세집으로 쫓기듯 이사해야 했다. 어린 나이에 일장춘몽이 무엇인지 너무도 또렷하게 경험했었다.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그쯤 선하고 열심히만 품고 살았던 지인들의 죽음, 그 허망한 현실들을 보며 더더욱 절망에 빠졌다. 

 

그 고통으로 얻은 우울. 하지만 내 고통은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우울증이라고 하면 주변의 반응들이 날 더 아프게 했다. "부럽다 우울할 틈도 있고" 이런 유의 대답이 99.99%였다. 사람들은 우울증이 그냥 우울해하며 노을 진 창가를 바라보는 것인 줄로만 안다. 특히 더 환장하게 하는 말 응 나도 우울해...ㅋㅋㅋㅋ그냥 친구들이랑 맥주 한잔하고 수다 떨었더니 좀 괜찮아지셨나요? 네 그거 그냥 기분 다운된 거고요. 맛있는 거 먹었더니 좋아졌나요? 네 그거 그냥 당 떨어진 거예요. 우울증의 핵심은 제어불능이다. 마치 나에게 온 오프 스위치가 있다면 그것이 꺼진 것 같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렇게 기다리던 택배 아저씨가 오셔도 몸을 일으킬 수도 없다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건 제발 초인종 그만 누르고 내려놓고 가세요.라고 맘속으로 말할 뿐. 예를 들자면 PTSD의 군인이 포탄과 총알이 가득한 전장을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니는 게 그가 본인이 위험해진다는 걸 몰라서 그러는 걸까? 아니다 알지만 제어가 되지 않는다. 그래 우울증의 핵심은 제어 불능이다. 난 그냥 숨만 쉬는 좀비가 되었다.

 

우울증이 점점 장기화되고 심해지고 하자  Airport disorderㅋㅋㅋ (공황장애)도 생겼고, 불면증, 수면위상지연증후군도 생겼다. 거의 신경 정신과 종합선물세트가 되어갔다. 실제로 우울증이 심해지면 전두엽에 이상이 생겨 판단력이 떨어진다. 우울증에게 잡아먹힐 지경이었다. 안 해본 게 없다. 우울증 약은 종류별로 다 먹어봤고, 우울증에 좋다는 한약, 우울증에 좋다는 영양제, 구스타프융과 제레미 테일러에 기반한 꿈투사, 소문난 상담사와의 오랜 상담, 걷는 게 좋다고 해서 미치도록 걷기도 해 봤다. TMS(경두개 자기 자극술, 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 등 모두 다 하나 같이  좋아지나 싶다가도 다시 악화되었다. 끝없이 되돌이표를 반복하는 기분이었다. 근본적이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처음에는 단순히 심리학을 들여다보았다. 하지만 그것은 큰 도움은 되지 못했다. 내가 거스를 수 없는 내 의지가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드는 거대한 그 무엇이 존재한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래서 보다 근본적인걸 찾아보려 했다. 신을 찾았다. 신이 정말 계신다면 그가 정말 전지전능하다면 나를  이 고통에서 일으켜 세워주시리라 생각했다. 태생이 의심이 많은지라 나는 내가 머리로 이해해야 그다음이 되는 사람이라 종교학 책을 보았다. 기독교(특히 도마복음) 힌두교 근본불교 도교 등에게 큰 감명을 받았고 많은 부분이 해결되었다. 특히 유일신 신앙의 서구의 시선에서는 종교인지 그냥 사상인지 모호한 힌두교 근본불교 도교가 주는 것은 종교학이라기 보단 철학에 더 가깝다고 느꼈었다. 그 모든 내용이 다시 서양철학에도 있다는 걸 느꼈다. 하지만 무언가 부족했다. 아직 채워지지 않은 퍼즐이 있는 것 같았다. 그중 그냥 흥미로운 재미를 줄 책으로 고른 외계인 인터뷰(로렌스 R. 스펜서)라는 책과 죽음학이라는 학문은 나를 더 깊은 삶의 이해로 인내해 주었다. 내가 겪은 이 고통들 그리고 그 고통의 원인들 그 인과관계 그것들을 이해하기 시작하니 나는 서서히 머릿속 안개가 걷히듯 나는 해방되어 가고 있다. 나는 이제 뜻대로 되지 않는 이 삶을 살아낼 힘과 이해가 생겼다. 내가 공부하고 읽어낸 책들만이 진리라고 절대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나를 갉아먹던 우울증을 이겨내고 있는 나의 노하우를 보여주고 싶다. 이 글이 어떤 무엇이 되어 이 글을 읽는 이들에게 긍정적인 것이 되길 깊게 깊게 바란다.